검색결과 리스트
글
처형 전 추운 감옥에서 떨며 보낸 며칠이 트라우마가 된 유우로 찬유우
“날이 춥군.”
서류를 읽던 유우는 그 말과 함께 열려있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그 말 뿐이었지만 전해는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양 창문을 닫고 다시 본래 서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유우는 책상 너머로 전해를 올려다보며 고맙다 짧게 예를 표하고 읽고 있던 서류 중 몇 개를 돌려주었다.
“나머지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할 것 같네. 내가 직접 공손장군과 이야기 해 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정시에 퇴근하십시오.”
유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공손찬에게 목숨을 구해진 지 어느덧 일 년, 얄궂게도 그는 공손찬의 휘하에서 서무를 보고 있었다. 몇 명은 아직도 유우를 대하는 태도가 좋지 못했지만 전해는 철저히 사무적으로,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그 중에서도 대하기 편한 측이었다.
“그럼, 어디 보자...”
유우는 스케쥴러 앱을 열어 공식적인 일정을 확인했다. 결재를 기다리는 기안들에 대해 공손찬과 직접 의논해 볼 필요가 있었지만 공교롭게도 오늘 이후 공손찬의 일정은 시간을 들여 토의를 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 짜여 있었다.
“오늘 뿐인가...”
늦은 방문이지만 공적인 일이니 화를 내지는 않겠지. 유우는 서류를 챙겨 집무실을 나가려다가 멈추고 한 쪽을 돌아보았다. 옷걸이의 겉옷을 보고 잠깐 망설이던 그는 겉옷을 단단히 여미고 나서야 집무실을 나섰다.
“공손장군, 유우일세. 들어가도 되겠는가?”
둘의 관계는 기묘했다. 유우는 공손찬의 아래에서 일을 하며 그에게서 녹을 받으면서도 그에게 존칭을 쓰지는 않았다. 공손찬도 유우의 그런 태도를 크게 문제 삼지는 않았다. 그런 관계 때문에 다른 자들이 더욱 유우를 껄끄러워 하는 것이겠지만 쉬이 고쳐지지 않았다. 사람들 앞에서 피치 못하게 공손찬과 대화를 나누어야 할 때나 겨우 장군님이라 호칭했다.
유우가 그의 방문을 알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
“오래 걸리는 일인가?”
“의논해야 할 안건이 몇 개 있어 왔네만...”
문을 연 공손찬은 목욕가운 한 장만 걸친 채였다. 쉬는 시간을 방해했단 생각에 말끝을 흐리며 물러나던 유우는 공손찬에게 팔을 잡혀 방 안으로 끌려 들어가는 바람에 서류철을 떨어뜨릴 뻔 했다.
“엇, 앗.”
“빨리 끝내지.”
공손찬의 방 안은 가운 한 장으로도 따뜻할 정도로 난방이 틀어져 있었다. 유우는 그 온기에 안도하며 탁자 위에 서류철을 올려놓고 미리 표해 둔 사항들을 설명했다. 금방 끝낼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공손찬의 물음에 답하고 서로 의견을 내다보니 자연스레 대화가 길어졌고, 유우의 이마에 맺힌 땀이 뺨을 타고 흘렀다.
“겉옷은 벗지.”
“아니, 괜찮네. 추운 것보다는 더운 게 나아.”
소매로 외알안경을 피해 얼굴을 닦는 유우를 본 공손찬은 더 참을 수 없어 실소를 흘렸다.
“추위가 그렇게나 무서운가?”
그 말에 유우의 어깨가 크게 떨렸다. 심지어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이기까지 하니 감정을 숨기는 법이 참으로 서툴다 생각할 뿐이었다.
“이제 곧 일 년이군. 아직도 당신이 패해 냉골에 갇혀 보낸 며칠을 잊을 수가 없나?”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어디 있나.”
아무리 봐도 정곡을 찔렸다는 표정이었다. 공손찬의 말대로 유우에게 차디 찬 감옥에서 보낸 며칠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어 있었다. 뼈까지 스미는 추위, 빨갛게 얼어 따끔거리다가 기어코 감각이 사라진 손가락과 귀, 코, 필사적으로 의연하고 초연하려 했으나 자꾸만 떠오르던 가족에 대한 걱정, 죽음에 대한 공포까지.
일 년이 지났으나 아직껏 유우는 불어오는 유주의 찬바람에서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런 기억을 덮어버리기에 일 년은 지나치게 짧은 세월일지도 몰랐다.
“원한다면 그 기억을 덮어씌워주지.”
“뭐?”
고개를 숙인 채 떨고 있던 유우는 공손찬의 그 말에 고개를 들었다가 부딪혀오는 입술에 놀라 이번엔 결국 서류철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부딪혀 왔다는 표현 외에 다른 수식어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공손찬의 입맞춤은 거칠었다. 허리를 안겨 밀착하는 바람에 밀어내지도 못하고 공손찬을 끌어안고 그의 등을 긁을 뿐이었다.
“이 계절을 감옥의 악몽이 아니라, 침대 위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사랑받은 기억으로 채워주지. 그거라면 불만 없겠지?”
공손찬은 짧게 숨을 몰아쉬며 입맛을 다시더니 유우의 겉옷을 벗겨 탁자 위에 대충 던져두고는 그를 침상으로 이끌었다. 커다란 침대에 던져지듯 눕혀지면서 유우는 아까 방에 들어올 때도 그렇고 이 젊은 무인에게는 끌려다닌다 생각하면서도 저항하지 못하고 그저 따를 뿐이었다.
'2차 창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회색도시] 주황현아 (0) | 2020.06.16 |
---|---|
[세인트 세이야 로스트 캔버스] Closure [3] (0) | 2019.10.14 |
[삼국지톡] 낙인 [1] (0) | 2019.10.08 |
[세인트 세이야 로스트 캔버스] Closure [2] (0) | 2019.09.24 |
[페이트] 진궁이아 (0) | 2019.09.21 |
RECENT COMMENT